본문 바로가기

[북리뷰] 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 '파리는 날마다 축제' 표지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경험한 파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책이다. 그가 파리에 머물던 나날들과 그때의 그의 감정, 상황,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종의 회고록인 셈이다. 네 번의 결혼을 하고 수십 편의 작품을 쓴 그에게 파리는 그가 살았던 한 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으며 되새긴 나의 파리 여행

고등학생때 제2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다. 영어보다 혀를 더 많이 굴리는 발음이 부끄러우면서도 재미있었다. 프랑스가 동유럽인지 서유럽인지 모른 체, 에펠탑이 반짝이는 모습을 동경했었다. 직장인이 되고 서른이 넘어 처음 경험한 유럽이 프랑스 파리였다. 파리에 간다고 하니 말도 안 통하고, 생각보다 더럽고, 날치기도 많을 거라고 주위사람들이 걱정했다. 나는 파리에서 보낸 모든 날들이 좋았다. 냄새나는 전철역도 좋았고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 손목에 실팔찌를 끼워주며 강매하던 흑인들도 좋았다. 숙소 옆 공동묘지에서 아침산책을 하는 것도 좋았고 시장에서 산 싸구려 머플러도 마음에 쏙 들었다. 샹젤리제를 오가는 사람들은 거적때기 같은 옷을 걸친 사람도 모델처럼 보였다. 그때의 나는 사랑에 빠졌었나 보다.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으며 그때 걸었건 길과 사람들, 그날들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내친김에 오래전에 보았던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까지 다시 보고 나니 파리에 가고 싶어 졌다. 나는 언제 다시 파리에 갈 수 있을까.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좋았던 문장

운 좋게도 그날의 작업이 잘 되었다고 생각되면, 계단을 내려가면서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한 대목을 완성하기 전에는 중간에 멈추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번에 쓸 내용을 미리 생각해 둔 다음에야 하루 일을 끝냈다. 그런 방법으로 다음날도 무난하게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때로 새로 시작한 글이 전혀 진척되지 않을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벽난로 앞에 앉아 귤껍질을 꾹 눌러짜서 그 즙을 새빨간 불덩이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타닥타닥 튀는 불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면 창가에 서서 파리의 지붕을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전에도 늘 잘 썼으니 이번에도 잘 쓸 수 있을 거야.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 그렇게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찾아내면, 계속 글을 써 나갈 수 있었다.

 

큰 키에 창백하고 야윈 얼굴, 목 부분이 다 닳고 때가 낀 와이셔츠와 낡고 구겨진 회색 양복, 정성스럽게 매듭지은 넥타이를, 나는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의 손가락에는 머리 색깔보다 더 진한 때가 묻어있었고, 손톱 밑도 더러웠으며, 고르지 않은 치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언제나 꼭 다물고 있는 입 주위에는 멋쩍은 듯한, 그러나 다정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리뷰] 보도 섀퍼의 돈  (0) 2023.05.04
[북리뷰] 슬픔이 주는 기쁨  (0) 2023.05.04
[북리뷰] 우리는 사랑일까  (4) 2023.05.03
[북리뷰]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4) 2023.05.02
[북리뷰] 작가수업  (2) 202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