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책 한 권을 샀다. 표지만 보고 마음 가는 대로 집어든 책이었다. 그 책은 델핀 드 비강 작가의 '고마운 마음'이었다. 이 책은 델핀 드 비강 작가가 세 권으로 기획한 [마음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충실한 마음'을 잇는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세 번째 책은 '야심'이라는 주제만 공개된 상태라고 하는데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괜찮은 시리즈라고 해서 '충실한 마음'도 읽을 예정이다. 더불어 '야심도 빨리 출간되어 읽을 수 있길 고대한다.
[고마운 마음] 마리, 미쉬카할머니, 제롬
소설 [고마운 마음]을 이끄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마리, 미쉬카 할머니, 언어치료사 제롬. 세 사람의 관점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오간다. 미쉬카 할머니의 관점은 사실 할머니의 관점이라기보다 전지적 작가시점의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이야기를 기술하지 못하지만, 할머니의 행동과 말을 통해 그녀의 마음이 이야기에 드러난다.
마리는 어릴적 미쉬카 할머니의 이웃집에 살았다. 미쉬카 할머니의 보살핌 덕에 마리는 무사히, 평범한 성인이 되었고 그녀는 할머니는 무척 좋아했다. 미쉬카 할머니의 죽음을 맞으면서 마리는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고마움에 대해 생각한다. 고마움을 충분히 표현했는지, 그들에게 함께 한 시간은 어떤 의미였는지 미쉬카 할머니가 죽기 전 몇 마지막 몇 달간을 회상한다. 마리에게 미쉬카할머니는 가족 이상의, 현재의 마리를 있게 한 존재다.
미쉬카할머니는 가족없이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다. 할머니의 결혼여부는 내용에 나오지 않는데 짐작으로는 어릴 적 부모와 떨어져 성인이 된 후에는 혼자 산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젊은 시절 신문사 교정교열자로 일했다. 책도 많이 읽고 사람들도 초대하고 텔레비전도 보았다. 나이 들었지만 모든 일상을 혼자 해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까지는.
미쉬카 할머니가 주기적을 만나는 사람은 마리와 제롬이다. 제롬은 언어치료사로 주 2회 그녀를 만나러 온다. 제롬은 유일하게 그녀를 셸드부인이 아니라 미쉬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다. 제롬은 천직으로 생각할 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연로한 사람들과의 (특히 미쉬카와 같은) 대화를 사랑한다. 그들 목소리에 담긴 허약함과 온화함, 막연 한말들, 방황하는 말들, 그리고 침묵까지.
[고마운 마음] 의 줄거리
어느 날부턴가 그녀는 무엇을 잃어버리는 몹쓸 병에 걸렸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그것, 바로 단어. 그녀는 말을 잃어버리는 실어증에 걸렸다. 게다가 거동도 불편해져서 더는 혼자 살 수 없게 되었다. 미쉬카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리가 자신의 집으로 모시려 하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거절한다. 결국 할머니는 새로운 방을 갖게 된다. 침대, 머리맡 탁자, 의자, 책상, 옷장, 포마이카, 플라틱, 밝은 색 나무. 단출한 가구가 있는 정사각형의 작은 방, 요양병원 한 칸이다. 할머니의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제 할머니 삶에 허락되는 건 작고 축소되었지만 규정된 삶이다.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것은 몰래 숨겨 온 위스키 한 병이다.
미쉬카 할머니가 주기적을 만나는 사람은 마리와 제롬이다. 제롬은 언어치료사로 주 2회 그녀를 만나러 온다. 제롬은 유일하게 그녀를 셸드부인이 아니라 미쉬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다. 제롬은 천직으로 생각할 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연로한 사람들과의 (특히 미쉬카와 같은) 대화를 사랑한다. 그들 목소리에 담긴 허약함과 온화함, 막연 한말들, 방황하는 말들, 그리고 침묵까지.
미쉬카할머니의 단어를 바꿔말하는 문장은 가끔 실소를 자아낸다. 이를테면 "그래요"를 "그냥요"라고 하고 "이상하네요" 대신 "이장하네요"라든가 "난감하네요"대신 "둔감하네요"라고 한다. 그럼에도 제롬은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일주일에 두 번 치료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미쉬카할머니는 제롬의 가족사와 심리를 꿰뚫는 느낌이다. 언어치료사와 환자의 관계 이상의 돈독함이 그들을 에워싼다.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마운 사이라고 생각되었다. 미쉬카할머니에게는 제롬은 나의 말을 들어주어서, 치료를 해 주어서(물론 진행속도만 늦출 뿐 막을 순 없어도) 고마운 사람이다. 제롬에게 미쉬카할머니는 말하지 않아도 나의 상처를 알아주어서, 과거의 상처를 꺼내보고 용서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마운 사람이다.
[고마운 마음] 을 읽고 난 느낌
언어를 가장 사랑하는 미쉬카할머니에게 언어를 빼앗는 것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슬픈데 아름답다. 마음이 아파서 눈시울이 흐려지는데 동시에 미소도 나온다. 나이 듦에 대해 생각이 많아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 마리와 제롬이 처음 만나 나누는 대화다. "마리, 당신은 어때요? 너무... 어수선하지 않아요?" "네, 많이 그렇게는 아니에요." 둘의 대화는 미쉬카할머니의 말투를 쏙 빼닮았다. 미쉬카할머니의 언어로 마무리 해야겠다. 나는 이 책 [고마운 마음]이 참 거맙다. 때때로 꺼내 읽고 싶은 매우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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