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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_수 클리볼드

수 클리볼드의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표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199년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를 낸, 미국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두명중 하나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다. 그녀의 아들은 17세에,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한 다음 자살했다. 그 후 17년이 더 지난 뒤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출간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가해자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겪은 일과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썼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인 아들의 변명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찾는 것이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가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써내려간 정직한 글

수 클리볼드는 엄마의 입장에서,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사건의 되짚는다.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를 충실히 하면서도 냉정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기술한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따듯하고도 귀엽고 착했던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끊임없이 그녀를 고통 속으로 내몬다. 사건 초기에는 방어기제로 부인했던 것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에 대해, 아들에 대해 의문만 늘어간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전부 믿지 못하게 되면서 정체성이 흔들린다. 그녀는 일기를 쓰면서 희생자들에게 홀로 사죄하고 애도하며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그녀는 사건 이후 가족들에게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이 가장 잔인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절망의 수렁에 빠졌던 그녀를 지탱해 준 것은 다른 범죄자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공감력이었다. 

수 클리볼드의 가족은 사건이후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진 리틀턴에 살고 있다. 지역 공동체에서 추방당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지역공동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그들은 그곳에 남았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진실로부터 멀어질 수는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제기하는 문제

가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쓰여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출간된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올바른 양육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 클리볼드는 적극적인 부모였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교육자였다. 그럼에도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돌출행동을 겪은이후 자신의 양육 방식을 돌아본다. 자살 예방 활동가로 일하면서 그녀는 가장 큰 위험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자살과 살인 사이에 종이 한 장 차이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살인과 무관하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자살 성향 때문에 그럴 때가 많다는 것이다. 막막한 시간을 겪어내며, 그녀의 아이도 그랬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할 뿐이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제목에 거부감이 들어 읽기 싫었다. 내가 참여했던 독서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다뤄 어쩔 수 없이 읽게됐다. 책이든, 언론이든 늘 피해자의 입장에만 노출되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가해자의 입장, 범죄자의 엄마의 입장에서 쓰인 글을 읽는 것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녀 역시 피해자로 볼 수 있겠다는 동정심과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겐 2차 가해가 아닐까 하는 분노가 동시에 들었다. 삶은 단면이 아니다. 나에게 보이는 단면뿐 아니라 뒤, 옆, 아래, 속에 숨은 여러 진실들을 마주하다 보면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책이다. 복잡한 사회를 이해하며 살기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