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의 책을 읽은 것은 두 번째다. 6년 전쯤 그의 첫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었다. 트레바리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읽게 된 것이었다. 꽤 충격적이었다.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표현했는데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쳤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상상력과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앤드루 포터가 15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두 번째 단편 ‘사라진 것들’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묘하게 닮았다. 닮았으면서 조금 깊어진 듯하다.. 전작이 어떤 시기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 있다면 이 책은 흘러온 시간에 중심이 있다.
내가 지나온 과거와 현재, 어떻게 그려갈 질 모를 이후. ‘나’는 돌릴 수 없이 이미 지나와 버린 시간을 생각한다. 청춘, 우정, 사람, 예술에 대한 열정 같은 것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져서 책을 읽으면서 조금 슬펐다.
앤드루 포터의 글은 마음 한 구석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 느낌이 든다. 묘하게 불편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 버렸을지.”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가끔 내가 소설을 쓰는 상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해졌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앤드루 포터의 소설과 비슷한 류의 글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자아가 주인공이 되어 일상의 크고 작은 생각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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