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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_ 김지원 작가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_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

이 책을 고른 이유

예전부터 유유출판사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왔다. 사실 책 리뷰를 올리는 계정 외에는 SNS를 잘하지 않는다. 가끔 피드를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해서. 이 책은 피드에 여러 번 떠서 궁금하긴 했었다. 과연 책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일까. 

 

산책길에 들른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이 책 실물을 만났다. 두께가 얇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란 표지에 노란 글씨가 눈에 띄기도 했고. 

책 속 이야기

인상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문장을 추렸다. 

 

책은 순식간에 생각의 밀도를 높여 주는 지팡이가 되어 주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으로 고민한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을 ‘굳이’ 종이로 엮어 낸 결과물이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책을 주체적으로 읽는 능력을 길러 가다 보면, 평소 접하는 조각 정보 역시 훨씬 주체적으로 관찰,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가령 인터넷 기사,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유튜브 영상 등도 어떤 맥락 없이 각각 유리되어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의미 모를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것들의 사회적 맥락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모든 정보와 사건을 훨씬 흥미로운 ‘증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맥락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밀도 높은 텍스트는 바로 책이다.

 

‘읽기’를 결심하기만 하면 도움받을 만한 것은 생각보다 많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책을 활용해 인터넷 생태계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검색해서 아는 게 아니라, 알아서 검색하는 것이다.

 

책은 자신이라는 비좁은 세계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도구다. 책은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 나의 껍질을 깨고 그 사이로 맵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책을 다양하게, 함부로 읽을수록 나를 둘러싼 껍질은 더 자주 깨진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가지다. 

1. 누군가가 웹상에 적어놓은 인상적이었던 책 리스트를 참고한다. 

2. 도서관 책장 사이를 배회하다가 눈에 띄는 책을 고른다.

3. 읽고 난 후 마음에 들었던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 

4. 마음에 드는 출판사의 책을 고른다. 

5.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언급된 책을 적어두었다가 읽는다.

6. 인터넷 서점의 신간들을 살펴보다가 호기심이 생기면 산다. 

7. 여행지의 서점에 들르면 한권은 꼭 산다. 

욕심이 많아서 도서관에 가면 꼭 5권씩 빌렸다가, 반납일이 되어 펼쳐보지도 않은 채 반납하는 책도 많다.   

구입한 책 중 읽지 않고 몇년 째, 꽂혀있는 책도 있다. 

 

처음에는 읽지않고 반납하는 책이나 사두고 읽지 않는 책에 대한 마음의 짐(?) 같은 것이 있었다. 읽지도 못할 것 왜 이렇게 욕심내나. 그래도 아예 안 빌리고, 안 사는 것보다 계속해서 빌려오고, 사들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읽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니까.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초등학교때부터 취미란에 늘 '독서'라고 적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인가 책을 많이 읽어서 도서부장을 딱 한번 하긴 했지만, 다독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집에 있는 책을 읽거나 학교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읽었다. 집에 책이 많지도 않고 내가 자란 시골에는 도서관도 없어서 누가 버린 책을 주워 읽거나 언니가 보던 책을 따라 읽는 것이 전부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사는게 바빠서, 책과는 먼 삶을 살았다. 그나마 읽는 것이 대부분 가벼운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였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서른 중반쯤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도 참여해 보고 친한 친구들과 같은 책을 읽고, 각자의 소감을 나누면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았다. 몇 년간은 업무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해 책을 읽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고르는 책이 에세이였다가 자기 계발서였다가 심리학, 과학, SF소설, 고전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고, 읽고 싶은 분야가 확장되는 것이 신기했다. 

 

요즘은 모바일로도, 웹으로도 책을 맘껏 읽을 수 있지만 나는 종이책이 좋고 편하다. 한 장 한 장 넘길때의 촉감이 좋다. 책이 재미있어도, 재미없어도 얼마나 남았는지 책 두께와 페이지 수로 가늠하는 것도 스릴 있다. 

 

예전에는 책을 빌렸다가 안 읽고 반납하는 것이나 새 책을 사고 안읽고 꽂아두는 것에서 느끼는 부담감만큼, 책을 읽다 마는 것에도 거부감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조금 읽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안 읽히는 책은 과감히 접는다. 작가가 말하는 함부로 읽으라는 주장을 진작에 지키고 있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생각의 확장, 어떤 현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알 수록 자세히 보이고 들린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다양한 문장을 읽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다. 현실이 힘들때도, 심심할 때도 나는 책으로 도망친다. 계속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