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을 읽게 된 계기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고 여전히 인기 있는 책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그런 가벼운 소설이겠거니 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는데 항상 대출 중이었다. ‘에잇, 그럼 다른 책 보지 뭐.’하고 오랫동안 읽지 않았다.
친한 지인이 이 책을 읽고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해 읽을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귀가 솔깃해졌다. 얼마나 재미있기에.
도서관이 진화했다. 너무 인기가 많아 항상 대출 중이던 책들을 모아 ‘대출 불가’ 형태로 도서관 안에서만 읽을 수 있게 구비해 뒀다. 누군가의 센스가 발휘된 것이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었던 책들이 꽤 많이 있었다. 보물창고가 열린 기분이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며
몇 주 전, 저녁 산책을 하며 도서관에 들렀다가 ‘불편한 편의점’을 손에 넣었다. 어떤 내용인지 잠깐 보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한 시간 넘게 읽었다. 눈물이 찡긋하기도 하고 웃음이 빵 터져서 나도 모르게 웃다가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한참 책 속에 빠져있을 때, 도서관 종료 음악이 울렸다. 계속 읽고 싶은데.
책을 다시 있던 자리에 꽂아두고 도서관을 나왔다.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와서 마저 읽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왔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소설 내용이 생각났다. 그래서 편의점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공인 독고 씨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했다. 이 나이에 이런 설렘을 주는 책을 만나다니 하는 놀라움과 반가움도 컸다.
다음날은 도서관 휴일인 화요일이었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여러 곳 있지만 대출 불가로 인기 있는 책을 구비해 둔 곳은 그곳뿐이었다.. 독고 씨를 만나는 것은 하루 미뤄야 했다.. 다른 일정을 하면서도 자꾸 책 내용이 생각났다. 빨리 다음 내용을 읽고 싶은 마음이 컸다.
수요일 아침, 9시. 가장 먼저 도서관에 입장해 ‘불편한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 문들 닫았기에 그저께 밤 내가 꽂아두었던 그 자리에 책이 있었다. 얼른 뽑아 자리에 앉았다. 나는 금세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두 시간을 더 청파동 골목과 편의점을 들락거리며 독고 씨와 함께 웃음 짓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책을 덮으면서 사람들이 왜 이 책을 그토록 좋아했는지, 항상 대출 중이었는지 알 듯했다..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타인에게 관대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는 것 같았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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