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리뷰] 아무튼 식물

임이랑작가의 책 '아무튼 식물' 표지

'아무튼 식물'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무튼'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책이다. 임이랑 작가는 밴드에서 노래를 짓고 연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작가는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식물을 만났다. 식물을 키우면서 변화한 삶의 이야기와 생각을 가득 담았다. 식물들을 기르는 행위를 통해 작가가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나의 식물 키우기 경험

혼자 살기를 시작했을 때, 물고기 세 마리를 길렀다. 집에 나 아닌 생명체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일주일 만에 세 마리가 모두 죽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항 안에 둥둥 떠 있은 물고기의 사체를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다시는 생명체를 키우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흔들렸다. 식물은 괜찮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이었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작은 나무 화분을 샀다. 율마라는 식물이었다. 한 달여를 내 방 텔레비전 옆에 머물다 죽었다. 잎이 서서히 노래지더니 만지면 딱딱하게 바스러졌다. 나란 사람, 식물도 키울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아무튼 식물'의 임이랑작가는 식물을 죽이는 것에 실망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열심히 죽어간 식물들 덕분에 더 많은 다른 식물들을 오래도록 살릴 수 있게 되니까. "지금 어딘가에서 어떤 사람의 손에 열심히 죽고 가고 있는 식물에게도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은 분명 다음번, 그 다음번 식물들을 키우기 위한 푸근한 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식물이 죽어도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그 식물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식물을 데려올 수 있으니까."

 

식물을 키우며 자란 생각들

세상 모든것에서 식물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마치 이제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눈을 하나 더 가지게 된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눈이 생긴 덕에 사물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깝게 선 듯한 기분이 든다. 나쁜 일이 일어나 내가 해냈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다시 천천히 채우면 된다. 흩어진 것들을 모으며 살아가면 된다. 마침한 날의 아침에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일상을 놓지 않으면 된다. 내 앞에 주어진 일들부터 하나하나 차근히 해나가면 된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엔 기대가 가득 차있다. 식물의 내일을, 다음 주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이 마음은 나 자신에게 바라는 기대가 투영되어 있지 않을까. 나의 내일이, 나의 다음주가 어떨지 기대하는 마음말이다. 

 

아무튼 식물을 읽고 난 후 내가 식물을 키우는 마음가짐

몇년만에 스투키 화분 하나를 선물 받으며 달라졌다. 스투키 세 줄기가 심긴 작은 화분이었는데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한 줄기에서 새로운 싹이 났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화분에 옮겨주면 된다고 했다. 새 싹을 분리해 다른 화분에 심었다. 각각의 줄기들도 조금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추가로 쇼핑몰에서 작은 나무 두 그루를 샀다. 오렌지 쟈스민이라는 식물인데 두 개의 화분에 각각 심었다. 처음으로 분갈이용 마사토도 샀다. 어느새 나와 함께 호흡하는 식물이 대여섯 개가 됐다. 나는 열심히 죽이고, 또 열심히 살리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