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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작가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표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 전문기자로 미국공영라디오 방송국에서 15년 넘게 일하고 있는 룰루밀러의 데뷔작이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 2020년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여러 언론에서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주인공은 집착적으로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했던 한 과학자의 삶을 쫓아간다. 꽤 오랫동안 그의 삶을 따라가다가 결국 독자들을 혼돈의 질문으로 이끈다.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는 존재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가 믿고 있는 범주들은 참일까? 의문을 던지고 독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의 핵심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는 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 삶의 궤적을 따라가려는 이유가 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19세기 어류 분류학자의 삶을 파헤치며 궤적을 따라나간다. 그녀의 삶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오가며 두 삶이 마치 현재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이게 묘사했다. 룰루 밀러는 그의 삶을 통해 자신의 무너진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신이 관찰하던 생물에서 신의 질서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어류의의 생태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가족을 잃어도 그는 혼돈과 맞서 싸우려 했다. 성실함으로 그는 그만의 자연의 질서를 확립해 학계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서는 그의 분류법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졌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신의 온 인생을 바친 연구 결과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폭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꼭 해야 할 질문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에 빗대어 자신도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처럼 독단적이며 스스로의 생각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삶의 질서들에 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내가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 까?"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눈"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이 질문이 삶의 영감을 얻는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는 책 속 핵심 구절

헤더가 남자친구와 시내로 외출한 밤, 도시의 자주색 불빛이 창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면 나는 그 모든 것의 현실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내 인생에 생긴 공백을, 내가 품은 희망의 빛이 나를 더 따뜻이 데워줄수록 점점 더 넓어지고 차가워지기만 하는 그 공백을 말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나는 절박했다. 단순하게 말하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책에서 망해버린 운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절박했다. 나는 살면서 내 인생의 많은 좋은 것들을 망쳐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한다. 그 곱슬머리 남자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나를 아름답고 새로운 경험으로 인도해주지 않을 것이다.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 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그녀는 말한다. 누군가에게 민들레는 잡초이지만 다른사람에게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는 민들레가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는 능력이 있으며 피부를 깨끗이 할 수 돈 있고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화가에게는 민들레가 염료로 쓰이며 히피는 화관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는 소원을 빌 수도 있다. 나비에게 민들레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가 된다.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처음엔 그저 어떤 과학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아니었다. 삶의 의미를 찾는 절박한 여정이었다. 중후반부를 지나며 머리 한편이 얼얼해졌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가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내 생각과 비교하며 정의 내리는 것이 꽤 어려운데 그럼에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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