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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_샘터사, 도제희작가

도제희작가의 책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표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의 도제희 작가는 의도치 않은 막장 퇴사 이후 생존을 위해 고전을 읽었다. 인생의 불안정한 시기에 만난 도스토옙스키의 고전은 현실의 일, 자존감, 연애, 인간관계등의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었다. 과거의 언젠가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그래도 나 이런 책 읽는 사람이야.' 하는 우월감을 읽었다면 현재 그녀는 타인과 나, 직장과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읽었다. 그녀는 토스토옙스키의 고전 속 등장인물들에서 주변인들을 발견하고 한걸음 나아가 그들을 이해해 갔다.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읽으며 그녀가 얻은 최고의 이득은 소설 속 인물들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도스토옙스키]의 의미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몇번 읽다가 포기했다. 그러나 도제희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의 고전을 읽으며 자신의 문제를 풀어낸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불안정한 시기를 되돌아보고, 왜 자신이 삶에 미숙한지 점검한다. 도제희작가는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웃고, 괴로워하고, 공감하며 자존감을 회복해 간다. 작가는 고전이야말로 막장의 기원이며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삶이란 때때로 최선을 다해도 형편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고 그런 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속 좋았던 문장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모두 옳아서가 아니라 역시나 내가 예상한 대로 내 말을 그래도 받아주어서.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회사를 뛰쳐나왔냐고, 요즘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아마추어처럼 그랬냐고 말하지 않으리라는 내 믿음대로 말해주어서. 사람은 원래 제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어 하지 않는가.

오래 고민하고 퇴사를 결정한 후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한다'고 해 주었다. 고마웠다.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다. 

 

나는 지적이고 싶고,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품위가 묻어나는 사람이고싶고,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가 하면 많은 말로 실언하지 않고 싶고, 타고난 재능에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이 있었으면 한다. 잡념에 치우치지 않는 깔끔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면 더욱 좋겠다. 이 모든 것 중 뭐 하나 온전하게 이룬 것이 없어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질투한다. 

질투라는 게,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 지적이고 품위있는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난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신기하고 언제나 편안하고 자유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이들이 부럽다.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지. 

 

철학도 문학도 공부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다. 삶의 많은 순간이 막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막장에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인생의 진짜 얼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품격 있고, 아름답고, 따뜻한 순간은 마구 달리는 막장 열차가 드물게 정차하는 기차역 같은 것일 뿐이다. 

막장의 인생속에서 드물게 있는 품격 있고 아름답고 따뜻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