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자전적 소설을 여러 권 출간한 헤르만 헤세가 글쓰기 외에 좋아했던 일이 또 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그는 일생동안,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정원을 만들고 가꾸었다. 자신이 가꾼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에 대해 쓴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그는 정원을 가꾸면서, 주변을 산책하면서, 주위의 나무와 식물들을 관찰하면서 충분히 사유하고 누렸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고 사색하며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헤르만 헤세가 정원을 가꾸며 알게 된 것
헤르만 헤세가 정원을 가꾸며 알게 된 것은 무엇을까. 자연을 가까이해보지 않았던 사람조차도 마음이 힘들면 자연을 찾게 된다. 그중에서도 정원을 가꾸는 일은 특별한데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일구어 낸다는 것, 계절의 흐름에 따라 소멸하고 생성되는 식물들을 가꾸고 땀 흘려 꽃과 열매를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에게 정원을 가꾸는 일은 혼란과 고통의 시대를 견디는 방법이었다. 그는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원에 있으면 무엇이 화려하고 과장되고 오만한 것인지, 무엇이 즐겁고도 신선하며 창조적인지 분명하게 알게 된다." 매일같이 정원을 가꾸고 수시로 사색하며 작은기쁨을 누렸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면 생기는 일
자신만의 정원을 가꾼다면 온통 즐거운 일들이 넘치는 것을 보게 된다. 키우고 열매맺는 것을 보고 현재를 다듬어가는 중에 넘쳐나는 자연의 힘, 자연 속의 형상들과 색채 사이에서 유희하고 싶은 느낌과 환상, 여러 면에서 인가적인 여운을 주는 작소 소소한 즐거운 생명을 보게 된다. 인생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일들과 슬픈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때때로 찾아오는 기쁨과 행복이 있다. 그 행복들에선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헤르만 헤세는 그저 몇십 그루의 나무 또는 화초, 무화과나무나 복숭아나무에 대해 책임진다는 기분은 그런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 아마추어 거나 게으른 사람들은 어느새 봄이 온 것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게으르게 미뤄두었던 것들을 만회하려고 서두른다. 그럼에도 자연은 너그럽다. 아마추어이거나 게으른 자의 정원에도 풍성한 채소밭이 만들어지고 즐거운 여름꽃도 무성하게 된다.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면
만약 당신이 슬픔에 잠겨 당신의 내면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면 이따금 좋은 글을, 한 편의 시를 읽어보라. 아름답게 여겼던 음악을 기억해 내고 아름다웠던 풍경을, 당신이 삶에서 느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 보라. 당신이 깊이 사색한다면 그 시간은 더 밝아지고, 미래는 더 위안이 되며, 삶은 더 사랑할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다. 기쁨들 가운데 가장 최고는 우리가 자연을 접할 때 느끼는 기쁨이다. 특히 우리들의 눈, 너무 많이 혹사당하고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눈은 무한한 즐거움을 누릴 능력이 있다. 아침에 일하러 갈 때면, 나처럼 매일같이 서둘러 일터로 나가거나 나를 향해 걸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막 잠자리에서 기어 나와 추위에 떨면서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서둘러 길을 가며 바닥만 주시하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친 옷이나 얼굴만 쳐다본다. 고개를 높이 들어라, 친구들이여! 한 번 시도해 보라. 어디서나 한 그루의 나무 또는 적어도 한 줌의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다. 나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때때로 나무와 숲을 그리워한다. 헤세의 글을 읽으면서 들꽃에게 말을 걸고 나무와 친구처럼 지냈던 유년시절이 생생히 떠올랐다. 행복은 멀리 있는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기쁨들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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