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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

책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 표지

책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는 김예진 작가가 독립출판한 책이다. 움직이는 책방 책마다스를 운영하며 기록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다. 다마스를 끌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카페와 협업해 팝업책방을 열었다. 다마스를 운전한다고 하면 자연스레 남자 그리고 아저씨를 상상하게 되는데 젊은 여성의 다마스라이프는 어땠을까.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책에 풀어놓았다. 

 

움직이는 책방을 상상한적이 있나요?

그녀는 어떻게 움직이는 책방을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책방의 시작은 그녀가 대학생이던 때로 돌아간다. 우연히 독립책방에서 운영하는 독립출판하기 강의를 들으면서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독립 출판에 호기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IT 회사에 취업해 직장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마다 움직이는 책방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착실하게 책방을 꾸리기 위한 돈을 모으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하지만 운전면허도 없는 그녀에겐 차 매물을 구하는 일도, 운전 연습을 하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된다'를 꾸준히 복기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야심 찬 계획을 부모님에게 설명하고 차를 사고, 움직이는 책방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 

 

계속 시도해야하는 이유 

호기롭게 움직이는 책방을 오픈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차를 어디에 세울지부터 어디에서 어떻게 오픈해야 할지 모든 결정을 해야 했다. 움직이는 책방은 일반 서점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았다. 비가 오면 책방을 접어야 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을 사서 대신 이력서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표현이 웃겼다. 묘하게 나의 현재 모습과 겹쳤다. 김예진 작가는 자신의 예전과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내가 시도하기를 주저하는 일들이 완변주의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일을 잘 해내고자 하는 게, '일'을 잘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 일을 통해 '인정받고자 함'에 더 초점이 맞춰쟈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일이 잘 되기를, 완벽해지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부끄럽더라도 계속 시도하고 고치는 게 맞았을 터다. 가령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계속 써봐야 한다. 소설가라는 타이틀만 얻고 싶고 그에 수반되는 창피한 일-부끄러운 글을 계속 생산해 내는 일-은 하기 싫다면, 소설가가 될 리가 없다. 부끄러운 지금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일에 집중하고, 부딪혀보는 것을 해야 한다. 어차피 당장 완벽해지려고 해 봤자,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리허설 없이 오른 무대, 첫 번째 리허설 그 자체다. '리허설'이라는 건, 흔히 알듯이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며 긴장을 풀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본 무대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행위다. 

 

그녀가 만난 다른 세상

남산 둘레길을 걷던 날, 그녀는 또 다른 세상과 마주했다. 늘 아침에 러닝으로 뛰던 남산 둘레길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던 것이다. 그녀에게 남산 둘레길이란 뛰기편한 러닝화에 휴대폰을 부착할 수 있는 암밴드, 블루투스 이어폰이 당연한 준비물이었다. 오후 2시에 남산 둘레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천천히 걸었고, 편한 신발을 신었다. 블루투스 이어폰 대신 유선 이어폰을 꼈다. 아무도 불편해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에게는 풀 세팅한 자신의 모습이 생소해 보였다. 새로운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누군가는 오후 2시에 걷고, 누군가는 아침 6시에 뛴다. 오후 2시에 뛰고 아침 6시에 걷는 일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득도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둘레길을 빠져나왔다." 움직이는 책방 북다마스를 운영하면서 작가가 만난 세계는 결코 작지 않았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폭넓게 상상하는 마음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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