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달까지 가자

장류진 작가의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표지

[달까지 가자]는 장류진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전에 읽은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꽤 충격적이었다. 신선했다. 각 내용마다 소재가 다양했고 깔끔한 문체가 돋보였다. 솔직하면서 공감 가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책이 기대되었다. 후속작이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다. 단편을 잘 쓰는 작가니까 이 책도 그렇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달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소설 [달까지 가자]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성 직장인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재는 한창 핫했던 가상화폐다. 주인공 '나'와 은상언니와 지송이는 하루중 가장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함께 보낸다. 주인공 '나'는 그들을 친구들보다 훨씬 가깝고 말도 잘 통한다고 느낀다. 은상언니가 가상화폐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운 좋게 급상승 종목에 탑승한 언니는 같은 흙수저 부류라고 느끼는 두 동료, 나와 지송이를 함께 탑승시키고자 한다. 이야기는 그들이 탑승한 가상화폐 열차가 정말 달까지 갈지, 아니면 고꾸라질 지 긴장감이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인공 '나'는 가상화폐에 투자를 한 뒤 하루하루 불어나는 금액을 보며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친다. 가상화폐 계좌의 늘어난 숫자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사실상 나에게 주어진 가용자원은 늘어나지 않은 셈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확실히 삶이 윤택해졌다고 느꼈다. 그 금액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러니까 몇천만원 가량의 숫자가 '나'의 휴대폰에 찍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이지 은상언니의 표현대로라면 '약간 부자'가 된 것만 같았다. 가상화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게 내 은행 잔고처럼 여겨졌으니까. 유사시에 내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400만 원이라고 생각할 때랑 4,000만 원이라고 생각할 때랑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달랐다. 그 자세는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작가가 꽤 치밀하고 섬세하다고 느꼈다. 안 느껴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마음가짐의 차이를 짚어낸 데 대해서. 

꽤 많은 수익을 얻은 은상언니가 초대한 여행을 동행하면서 '나'는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불편했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지어진 7성급 호텔의 모든것이 마음에 들수록, 만족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마음도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말하자면 땅 밖의 줄기가 길게 뻗을수록 땅 속의 뿌리도 그에 비례해 깊어지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나'는 약간 부자가 된 은상언니를 따라온 것일 뿐, 아직 7성급 호텔에 올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쾌적함과 고급스러움이 이미 마음에 들었다. 대체, 어떡하지?" 생활에 윤택함이 돌 수록 주인공 '나'는 이전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절대 중간에 포기하거나 전으로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결말

은상언니와 '나'와 지송이는 알고 지낸 이래 가장 화사하고 건강한 표정으로 웃었다. 참 이상했다. 실제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은상언니가 사표를 내긴 했지만 그들은 계속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올해 평가에서도 나란히 '무난'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여전히 5평, 6평, 9평 원룸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이따금 전주식 콩나물 국밥이나 가락국수가 곁들여져 나오는 돈가스 정식, 라면사리가 무제한인 김치찌개 같은 걸 먹었다. 가끔은 조각 케이크를 사 먹거나 핫도그를 설탕에 굴려 먹었다. 그런데 2018년 1월 8일 이후, 그들이 사는 세계가 통째로 달라진 것처럼 느꼈다. 그런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 불가능한, 실로 거대한 변화였다. 그들 세 사람의 얼굴에 비슷하게 고여 있는 정체 모를 윤광만큼이나. 

 

[달까지 가자]는 300페이지가 넘게 꽤 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단숨에 읽어냈다. 책장을 넘길수록 다음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세련되게 직설적이고 먹먹하게 현실적이었다. 직장인의 로망인 재정적자유와 그 후의 선택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결론이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 후에도 이야기가 상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