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30여 년간 문학 강의를 한 일본작가 우치다 다쓰루의 퇴임 전 마지막 강의를 엮은 책이다. 문학과 언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문장과 나의 생각을 덧붙여 리뷰한다.
왜 재미없는 글을 쓰는가
우치다 다쓰루 작가는 학생들은 왜 재미없는 글을 쓸 수 밖에 없을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가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어떤 글을 쓸까에 대한 고민보다 몇 점을 받을까에 대한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우치다 다쓰루 작가는 적당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평범한 글을 쓰기보다 내면의 평범함의 경계선을 뚫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술 논문을 쓸 때도, 문학이나 영화, 음악에 대해 글을 쓸 때에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한다. 글을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창작이란 머리로만 하는것이 절대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흐름'을 붙잡아야 한다.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새로운 수맥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신체적 실감이 동반되며 그 끝에 어떤 '흐름'과 만난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풍부한 내적 타자를 갖추고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다. 내 안에 나의 말을 들어주고 제대로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쓰이는 글이 살아남는다. 내 안의 타자를 향해 말을 거는 언어는 가장 생기 넘치며 가장 창조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쓰인 글이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은 언어의 내용이 아니라 언어를 전달하고 싶다는 열의다.
살아남는 글을 쓰기 위한 방법
우치다 다쓰루 작가는 자기안에 있는 다양한 단어들이 폭주하며 겹쳐지면서 화음을 이루는 글을 쓰라고 한다. 그렇게 쓰인 글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기 쉽기에 독자에게 잘 전달된단다. 설명을 잘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초점 거리의 줌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것이다. 먼 곳에서 거시적으로 조깅하듯 내려다보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미시적으로 현미경으로 보는 것 같은 거리까지 카메라의 눈을 들이대는 것이다.
어느 집이라도 그 집 고유의 냄새가 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은 깨닫지 못한다. 자기 집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내적, 문화적 환경에 머물러 있는 이상 그 냄새를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 집 냄새를 '냄새'라고 느끼지 못하면 자기 집에 대해 '외부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없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사회적 성숙이 필요하다. 사회적 성숙이란 단지 신체가 성장하거나 지식이 있거나 유용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타자와의 가상적인 동일화가 가능해야 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어디에 살아날 방법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동일화할 수 있는 타자의 수가 늘어남으로써 상공에서 '자신을 포함한 풍경'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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