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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미국 작가 앤드루 포터의 단편입니다. 앤드루 포터는 데뷔작 하나로 미국 단편문학의 신성으로 떠올랐습니다. 책의 제목과 동명의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외 9개의 이야기가 한 권에 실렸습니다. 

 

'빛과 물질의 이론' 생각거리가 많은 책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누군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은 이 문장이 나에겐 꽤 혹독하게 느껴졌다. 어떤 사건에 대해 누군가가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타인이 판단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무에 매달린 낙엽 하나가 떨어져 도로에 나뒹구는 것이 낭만적이라고 느낄지, 치워야 할 골칫거리로 여길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비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비밀은 누군가의 삶을 따라다니는 커다란 그림자가 될 수도 있다. 

 

'빛과 물질의 이론'의 구성

'빛과 물질의 이론'은 열 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책이다. 이야기는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누군가의, 인생의 한 시기를 담았다. 화자는 어떤 사건의 주인공이거나 사건의 목격자로 설정되었다. 각 이야기가 담은 비밀과 그 비밀에 관한 화자의 감정 묘사는 묘한 여운을 남긴 채 끝난다. 그가 느낀 진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독자는 상상으로만 짐작할 수 있다. 책을 읽는내내 "주인공은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하는 물음이 내 머릿속에서 따라다녔다. 

'빛과 물질의 이론'의 중심 내용

이야기 속 사건들은 표면적으로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건들은 '나'의 인생에 어떤 '비밀'을 남겼다. 비밀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죄책감, 욕망, 절망, 분노, 후회 등의 형태로 '나'를 따라다닌다. 사건에 대해 정확히 어떤 책임을 느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기억이 남았는지는 결국 '나' 자신만 아는 비밀이 되었다. 

'빛과 물질의 이론'을 읽고 난 후

책을 읽는 동안 작가가 나에게 마치 "얘야, 이 소설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란다" 하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삶에 관련된 어떤 사건들이 정말 나와 상관이 없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라는 혹독한 질문처럼 여겨졌다. 이 소설은 담담했지만 날카로웠다. 책을 덮고 나니 가슴 한편에 뾰족한 창을 맞은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내 삶에서 어떤 순간도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앤드루 포터의 소설을 접한 것도 마찬가지다. 잔잔한 호수속에 깔린 진흙처럼 고요히 내려앉아있던 생각에 작은 일렁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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