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충격]의 저자 김화영작가는 30여 년간 불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문학평론가이자 비평가다. 알베르 카뮈의 전집 번역을 하고 장그르니에, 생텍쥐페리, 미셸 투르니에, 앙드레 지도 등 유수의 프랑스 문학을 소개했다. 저서와 역서를 합해 100권이 넘는 책을 펼쳐낸 그의 생애 첫 책이 바로 [행복의 충격]이다. 1969년 처음 발을 디딘 지중해를 스물아홉, 청춘이었던 그의 시선으로 담았다.
[행복의 충격]에서 말하는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나는 이책을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청록색 표지에 주황색 캘리그래피로 크게 쓰인 글씨, 행복의 충격. 대체 행복과 충격이 무슨 연관이 있는 단어인가, 호기심이 일어 주문했다. 이 책의 소개를 찾아보면 '시간이 검증하는 책'이라고 나온다. 조용히 스며들어 누군가의 한 시대를 잠식하는 책이라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놓이지 않지만 나의 서재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는 책이며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내면을 고요히 뒤흔드는 책이라고도 했다. 그랬다. 이 책은 잠잠하던 나의 내면을 뒤흔들어놓았다.
떠나기 전 그에게 행복이란 안정이었다. 잘 보호된 세계에 살며 머나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끊임없이 희생하는 삶이 곧 삶이라고 여겼다. 프로방스를 여행을 하다 차가 고장나 쉬어가게 된 외딴 마을은 알베르 카뮈의 무덤이 있는 루르마랭이었다. 덕분에 카뮈의 무덤에 수선화 한 송이를 놓을 수 있었다. 우연이 만들어준 어떤 행복은 그를 카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로 이끈다. 여행을 하며 그가 느낀 것은 행복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현재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겪은 '행복의 충격'이란 "이미 떠나지 않은 청춘, 문을 걸어 닫고, 책상다리를 하고 아랫목에 앉은 청춘, 잠들어버린 청춘"은 알 수 없는 깨달음이었다.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사실이다. 청춘은 충분히 떠나고, 쉴새없이 움직여야 한다.
[행복의 충격]속 좋았던 문장과 나의 생각
우리들이 참으로 '떠난다'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다. 떠나는 방법을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다. 수없이 떠나본 사람에게도 모든 '떠남'은 최초의 경험이다. 모든 '떠남'은 최초의 경험이라는 작가의 표현에 박수를 보낸다. 떠남 뿐만 아니라 어떤 경험도 모든 사람에게 최초의 경험일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 역시도.
'미지의 것', '다른 것', '다른 곳'이 감추고 있는 '새로움'은 우리들의 모든 유익하였던 경험들을 무용하게 하는 데 그 힘이있다. 행복을 향하여 미래를 향하여 떠나는 자는 사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그 공포를 지불하는 순간에 가슴을 진동시키는 놀라움을 향하여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떠나는 자들을 응원한다. 회사든, 여행이든, 무언가를 시도하는 떠남이든. 그만큼 떠남을 결정하는 일은 어렵고 결단력이 있는 것이다. 떠남을 결정한 사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지불하는 대신 새로운 무언가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당신은 젊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청춘에 깊은 질투를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 소유하는 것이라고 해서 청춘이 흔한 것이 아닙니다. 청춘보다 높은 긍지는 없습니다." 나는 청춘이다. 그럼에도 나는 청춘이 부럽다. 특유의 싱그러움과 무모함, 도전, 자신감 그런 것들이 부럽다. 조금 더 오래 청춘이고 싶다.
[행복의 충격]을 읽고 난 느낌
[행복의 충격]은 정통적인 여행서는 아니다. 그러나 여행의 향이 물씬 풍겼다. 김화영작가가 청춘의 한가운데를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작가의 글은 마치 작가가 서 있던 그때의 풍경을 내 눈앞에 펼쳐놓은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기차여행을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감정과 나날들을 글로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었다. 사진을 저장해 놓은 클라우드를 뒤져 사진을 찾아보며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프로방스의 여행자, 그때의 나도 청춘이었다. 물론 지금도. 청춘이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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